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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SIMARKET COLUMN

유리장 왼쪽 끝 피규어만 노래진 이유: 5년 뒤 깨달은 햇빛의 경로

같은 유리장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피규어 변색 속도는 다릅니다. 직사광선뿐 아니라 반사광, 계절별 태양 고도, 유리문 UV 차단 여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5년 단위로 관찰하면 보관 환경의 진짜 적이 보입니다.

유리장 왼쪽 끝 피규어만 노래진 이유: 5년 뒤 깨달은 햇빛의 경로
Photo: PattayaPatrol / CC BY-SA

2019년 여름, 같은 날 산 피규어 두 개가 달라진 이유

유리장 왼쪽 끝에 세워둔 알터 1/7 스케일 피규어의 치마 색이 묘하게 바랬습니다. 같은 날 개봉해서 나란히 세웠던 오른쪽 피규어는 멀쩡한데, 왼쪽만 전체적으로 1톤 연해진 느낌. 2019년 여름에 예약한 캐릭터였으니 유리장 안에서 5년을 보낸 셈입니다. 처음엔 제조 과정의 차이려니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제품, 같은 로트, 같은 날 개봉한 두 피규어가 이렇게 다를 리 없습니다.

원인은 단순했습니다. 유리장 왼쪽 끝이 거실 창문과 가까웠고,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빛이 유리문을 통과해 왼쪽 선반만 스쳤던 겁니다. 직사광선은 아니었습니다. 커튼을 쳤으니까요. 하지만 반사광만으로도 5년이면 충분했습니다. PVC는 자외선에 약합니다. 특히 붉은 계열 안료가 먼저 바랩니다.

이날 이후 저는 유리장 배치를 바꿨고, 계절별로 태양 고도를 확인하며 피규어 위치를 조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햇빛 관리는 유리장 구입보다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장에 넣어도 빛의 경로를 모르면 5년 뒤 후회합니다.

직사광선과 반사광, 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

직사광선은 당연히 피해야 합니다. 여름철 오후 2시 직사광선 아래 놓인 피규어는 3개월이면 눈에 띄게 변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더 무서운 건 반사광입니다. 왜냐하면 인지하지 못하니까요. "우리 집은 커튼 치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순간, 벽에서 튕겨온 빛이 유리장 측면을 돌아갑니다.

2020년대 초반 커뮤니티에서 회자된 사례가 있습니다. 흰 벽지 아파트 거실에 유리장을 놓은 수집가가, 1년 만에 피규어 한쪽 면만 변색된 걸 발견한 겁니다. 유리장은 창문 반대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오후 햇빛이 흰 벽에 반사돼 유리장 뒷면을 쳤고, 유리문은 UV 차단 처리가 안 돼 있었습니다. 반사광도 자외선을 포함합니다. 밝기가 절반이라고 위험도가 절반인 건 아닙니다.

계절도 변수입니다. 여름철 태양 고도는 76도, 겨울엔 30도 아래로 떨어집니다. 같은 유리장이라도 여름엔 천장 근처 선반이, 겨울엔 하단 선반이 햇빛에 노출됩니다. 1년 내내 안전한 자리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Photo: othree / CC BY

UV 차단 유리문, 정말 효과가 있나요?

UV 차단 필름이 붙은 유리문과 일반 유리문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2018년 출시된 이케아 DETOLF 유리장은 UV 차단 처리가 안 돼 있습니다. 반면 일부 일본 제조사가 내놓은 피규어 전용 장은 UV 99% 차단을 표방합니다. 실제로 차이가 날까요?

5년 단위로 비교하면 차이가 보입니다. UV 차단 유리 안에 든 피규어는 같은 조건에서 변색 속도가 약 1/3로 줄어듭니다. 완전히 막지는 못합니다. UV-A 영역 일부는 통과하고, 가시광선 중 청색광도 PVC 열화에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5년과 15년의 차이는 큽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UV 차단 유리장은 일반 제품 대비 2배 이상 비쌉니다. 대안은 UV 차단 필름입니다. 3M이나 국내 업체 제품을 유리문에 직접 부착하면 비용은 1/5 수준. 시공 난이도는 높지 않습니다. 기포만 안 생기게 주의하면 됩니다. 저는 2020년 겨울에 직접 붙였고, 4년째 별 문제 없이 쓰고 있습니다.

단, 필름을 붙이면 투명도가 약간 떨어집니다. 유리 특유의 맑은 느낌이 옅어지고, 각도에 따라 미세한 뿌연 느낌이 생깁니다. SNS 인증샷을 자주 찍는 분들은 이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투명도를 택할지, 5년 뒤 피규어 상태를 택할지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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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별로 다른 변색 속도: 유리장 안의 구역 나누기

같은 유리장이라도 선반마다 위험도가 다릅니다. 제 경험상 가장 안전한 건 중단 선반, 유리장 뒤쪽 모서리입니다. 빛이 정면에서 들어와도 피규어 뒷면이 가려지고, 측면 반사광도 앞줄 피규어가 막아줍니다. 반대로 가장 위험한 건 최상단 선반 가장자리와 최하단 선반입니다.

최상단은 천장 조명 빛을 정면으로 받습니다. LED 조명도 미량의 자외선을 냅니다. 하루 8시간씩 켜둔다면 1년이면 2,920시간. 형광등보다는 낫지만 무시할 수준은 아닙니다. 최하단은 겨울철 저각도 햇빛이 바닥 반사를 타고 들어옵니다. 특히 대리석이나 타일 바닥 집이라면 반사율이 높아 위험도가 올라갑니다.

2021년 원더 페스티벌 이후 커뮤니티에서 유행한 '피규어 로테이션' 방식이 있습니다. 3개월마다 유리장 안 피규어 위치를 바꿔주는 겁니다. 같은 자리에 5년 세워두는 것보다 변색 위험이 분산됩니다. 귀찮긴 합니다. 하지만 절판 스케일 피규어 하나가 20만 원 넘게 거래되는 시장에서, 3개월에 한 번 30분 투자는 나쁘지 않은 보험입니다.

Photo: othree / CC BY

프라이즈와 스케일, 햇빛에 대한 내구도는 다른가

프라이즈 피규어는 스케일보다 저렴합니다. 하지만 햇빛 내구도가 낮다는 속설은 절반만 맞습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맞았습니다. 당시 프라이즈는 안료 품질이 떨어져 6개월이면 눈에 띄게 바랬습니다. 하지만 2020년 전후 세가 프라이즈, 반프레스토 브랜드는 안료 규격을 올렸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스케일 피규어 대비 80% 수준까지 따라왔습니다.

문제는 클리어 파츠입니다. 프라이즈 피규어에 자주 쓰이는 투명 PVC는 자외선에 특히 약합니다. 머리카락 끝 클리어 처리, 이펙트 파츠 같은 부분이 1년이면 황변됩니다. 스케일 피규어도 마찬가지지만, 프라이즈는 클리어 파츠 비중이 높아 눈에 더 띕니다.

넨도로이드와 피그마는 ABS 소재 위주라 PVC보다 자외선 내구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도색층은 여전히 약합니다. 특히 피그마의 관절 노출 부분, 넨도로이드 얼굴 파츠 같은 곳은 5년 이상 직사광선 아래 두면 색이 바랍니다. 소재보다 도료가 먼저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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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별 태양 고도와 유리장 배치의 기술

여름엔 태양이 높이 뜹니다. 정오 무렵 고도 76도면 거의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겁니다. 이때는 창문 바로 옆 유리장도 비교적 안전합니다. 빛이 수직으로 들어와 바닥만 비추고, 유리장 내부까지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반대로 겨울은 위험합니다. 정오 고도 30도면 햇빛이 비스듬히 깊숙이 파고듭니다. 창문에서 3미터 떨어진 유리장도 오후 2시엔 햇빛이 닿습니다.

실전 팁 하나. 스마트폰 나침반 앱으로 태양 방위각을 확인하세요. 여름 오후 2시, 겨울 오후 2시의 태양 위치를 기록해두면 1년 내내 안전한 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2022년 봄에 이 방식으로 유리장을 거실 북쪽 벽으로 옮겼고, 이후 변색 사례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북쪽 창이 없는 집이라면 커튼이 답입니다. 하지만 암막 커튼은 과합니다. 방 전체가 어두워져 생활하기 불편합니다. 차라리 얇은 레이스 커튼 두 겹을 추천합니다. 빛의 50%를 걸러내면서도 실내는 밝게 유지됩니다. 커튼 색은 베이지보다 흰색이 낫습니다. 베이지는 빛을 흡수해 열로 바꾸고, 흰색은 반사시킵니다. 반사광이라도 분산되면 덜 위험합니다.

Photo: animaster / CC BY

5년 뒤를 대비하는 배치: 후회 없는 유리장 관리법

피규어를 산다는 건 5년, 10년 단위의 약속입니다. 발매일은 희망사항이지만, 일단 손에 쥐면 오래 갑니다. 그러니 유리장 배치도 5년 뒤를 보고 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예뻐 보이는 자리보다, 5년 뒤에도 색이 바래지 않을 자리를 택하는 겁니다.

제가 실천하는 원칙 몇 가지. 첫째, 절판 스케일은 무조건 유리장 중단 뒤쪽. 재판 가능성이 낮으니 변색되면 대체할 방법이 없습니다. 둘째, 재판 자주 나오는 굿스마일 인기 캐릭터는 상단 앞쪽 배치 허용. 설령 바래도 재판을 존버하면 됩니다. 셋째, 프라이즈는 로테이션 대상 1순위. 어차피 저렴하니 부담 없이 위치를 자주 바꿉니다.

UV 차단 필름, 커튼, 배치 조정. 이 세 가지만 지켜도 5년 뒤 후회는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완벽한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낫습니다. 피규어는 빛을 받아야 예쁘지만, 빛은 피규어를 죽입니다. 이 모순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수집가의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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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LED 조명도 피규어를 바래게 하나요?

LED는 형광등 대비 자외선 방출량이 1/10 수준이지만, 청색광은 여전히 PVC 열화에 관여합니다. 하루 8시간 이상 켜둔다면 3년 단위로 미세한 변색이 생길 수 있습니다. 타이머로 조명 시간을 관리하거나, 전시할 때만 켜는 습관을 들이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미 변색된 피규어는 복구할 수 있나요?

PVC 안료 자체가 분해된 변색은 복구 불가능합니다. 표면 오염이라면 중성세제와 면봉으로 닦아낼 수 있지만, 자외선에 의한 분자 구조 변화는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예방만이 답입니다. 일부 수집가는 에어브러시로 재도색을 시도하지만, 원본 색상을 완벽히 재현하기는 어렵습니다.

유리장 없이 오픈 진열하면 안 되나요?

오픈 진열은 먼지와 햇빛 양쪽에 노출됩니다. 주 1회 먼지 제거를 감수하고, 창문 없는 방 북쪽 벽에 배치한다면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5년 단위로 보면 유리장 안보다 변색 속도가 2~3배 빠릅니다. 오픈 진열의 장점은 각도 자유도와 촬영 편의성입니다. 장기 보관보다 단기 전시용으로 적합합니다.

겨울철에도 햇빛 관리가 필요한가요?

겨울 태양은 고도가 낮아 실내 깊숙이 들어옵니다. 여름보다 오히려 위험합니다. 오후 2시 무렵 비스듬한 햇빛이 유리장 하단 선반을 정확히 관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절별로 태양 경로를 확인하고, 겨울엔 커튼을 더 신경 써서 쳐야 합니다. 난방으로 실내 온도가 올라가면 PVC 열화 속도도 빨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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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러분의 유리장에 좋은 인연이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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